극 중 강꽃님.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권세희 OTT 1기 리뷰어] 2092년 우주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 앞에 정차했다.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의 이름으로, 우주에 산발적으로 퍼진 쓰레기를 주워 삶을 영위하는 인물들이 기거하는 공간이다.
거대한 고물 덩어리처럼 보이는 우주선에는 조종사 태호(송중기)와 우주 해적단을 이끈 장선장(김태리),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로봇 업동이(유해진)가 타고 있다.
경쾌한 우주 비행과는 달리 이들은 빚더미를 안은 팍팍한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곤궁한 하루를 살아내던 이들은 대량살상무기인 인간형 로봇 도로시이자 강꽃님(박예린)을 발견한다.
강꽃님과의 만남은 마치 이들의 곤궁한 팔자를 구제할 구세주 같은 기회처럼 보인다. 아이를 대가로 거액의 협상을 시도할 단꿈을 꾸기 때문.
그러나 극은 '승리호' 일원들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고꾸라진다.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위성 궤도에 새롭게 자리 잡은 유토피아 격인 'UTS'의 비밀을 알게 된 것. 또한 강꽃님 역시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승리호'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끌고 온 '승리호'는 약 240억 원의 제작비를 통해 구현한 우주 활극을 런닝타임 내내 쉼 없이 선보인다. 광활한 공간을 종횡무진하는 추격 장면은 한국판 CG의 경이로움까지 느껴질 정도다.
눈앞에서 별이 튀는 것 같은 생생한 장면 덕분에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익숙한 한국어로 '승리호'가 발 딛고 있는 지점을 일깨운다.
장르적 이질감과 문화적 익숙함을 교차시키는 부분이다. 동시에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하는 기대 이상의 감상을 끌고 온다. 걸쭉한 목소리의 로봇 업동이는 한국 영화 특유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왼쪽부터 극 중 타이거 박, 태호, 장선장, 업동이.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물론 '승리호'가 가진 취약점 역시 분명하다. 서사의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그것. 중요한 인물인 강꽃님으로부터 시작되는 서사는 뒤의 내용을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진부한 이야기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는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이와 더불어 '승리호'를 구성하는 인물인 강태호나 장선장, 그리고 타이거 박과 업동이는 각자 배정받은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형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모두 ‘착한 인물’로 설정돼 인물의 다양성이 주는 입체감이 허술하다. 환상 속 UTS를 구현한 인물이자 악인인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 역시 마찬가지.
디스토피아적 인물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악행의 근원이 납작하고 단순하다. 동료로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연기 역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 손에 땀을 쥐는 액션에 비해 인물들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다소 빈약하다. 촘촘한 세계관을 위한 인물 구성에도 힘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호'가 남긴 것을 돌이켜봤을 때, 패배에 힘을 싣기보다는 승리에 손을 들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OTT 프로그램을 통해서 구현할 수 있는 우주를 시원하게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갖는 의미가 크다.
혹자는 우주 배경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로 ‘승리호’의 한계를 짚기도 하지만 그 역시 이 영화의 장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오감을 사로잡는 흥미로움이 영화 전반에 녹아있음을 인지시키기 때문이다.
개인이 영위하는 공간에서 손쉽게 '내 손안의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은 독보적이다. 한국형 SF의 수준급 능력치를 발견한 것 역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우주 공간 안의 치열한 전투에만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롭다.
소위 '정'으로 통용되는 한국인의 정서와 유쾌함을 살린 점과 먼 미래에도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가난과 빈부격차, 이상향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망한 것은 분명 괄목할만한 점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다인종이 섞인 우주에서 가장 먼저 목표물을 선점하던 ‘승리호’처럼, 한국인이 주인공이 된 이야기가 광활한 우주를 유영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것만으로도 '승리호'가 남긴 승리의 이름값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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