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OT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볼거리도, 소재도 다양해졌다.
오늘 소개하는 '춘정지란'의 경우 불과 5년 전만 해도 제작되기 어려웠을 드라마다.
왜냐고? 정통이 아닌 퓨전 사극이며, 다름 아닌, BL(Boys Love의 약자)이니까.
웹툰 '춘정지란'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원작을 보고 봐도 재밌겠지만, 보지 않고 봐도 흥미롭다.
회당 20분 남짓 러닝타임은 지하철 안에서도 가볍게 보기 좋고, 하루쯤 날 잡아서 단숨에 16부까지 달리기에도 부담 없다.
필자는 1회 보자마자 단숨에 나온 회차까지 달렸고, 남은 회차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16부까지 몰아서봤다.
설정이 흥미로워서인데, 가볍게 요약하자면 도망 노비가 양갓집 규수로 여장하여 시집갔다가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도련님의 집착 어린 애정이 불러온 죽음의 위기에서 탈출하고자 도망친 노비 살별(김송 분)이 최진사 댁 셋째딸 최혜성으로 신분 세탁한 뒤 혼례까지 치르는 과정이 빠르게 보여져서 더 흥미진진했다.
조선시대 배경인데 노비가 양반과 결혼하는 것도 그렇지만, 사내가 여인으로 혼례를 한다고?
뒷수습을 어찌하려고 하는 걸까 숨죽인 채 달렸고, 초반부에 뿌렸던 미스터리 요소는 빠트림 없이 잘 거두어들였다.
아직 보지 못한 당신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필자가 본 '춘정지란'의 매력 포인트는 3가지다.
◆ 3가지 매력 포인트
첫째, 혼인 상대자인 진금성(유영재 분)과 살별의 만남은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을 따른다.
살별이 도망 노비 신분일 때 금성이 그의 목숨을 구해줬고, 그다음엔 여장한 살별이 금성의 목숨을 구하는데 과정이 '코믹'하다.
여장이 답답한 탓에 멱 감으러 계곡물에 뛰어든 살별을 구하려다가 도리어 정신을 잃는 데서 무술甲으로만 보였던 금성의 허당기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이 또 다른 흥미 포인트가 된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일부러 띄엄띄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연'처럼 만나 '운명'처럼 혼례를 치르게 된 뒤에는 금성의 절절한 짝사랑이 시작된다.
다투다가 누구 하나가 짝사랑을 시작하고 오해가 쌓였다가 해소되며 사랑을 확인하는 것까지 '로맨틱코미디' 서사의 전형이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두 사람 다 사내라는 데 있다.
더욱이 '여장' 요소가 다소간의 불편감을 없애기에 BL을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이가 보기에도 무난하다.
둘째, 사내끼리 부부가 된 만큼 언제 살별의 '여장'이 들킬지 조마조마하다.
살별에 반한 금성이 소심선비 특유의 애정 공세를 할 때마다 설레는 것 이상으로 긴장하게 되는 게 바로 그 이유에서다.
언제쯤 여장남자라는 진실이 드러날지, 그 모든 게 밝혀지면 금성이 어떻게 반응할지 조마조마하게 회차를 보게 하는 것이다.
셋째, 두 사람의 로맨스와 더불어 '복수'와 '암투'라는 또 다른 서사도 들어가 있어 이야기가 풍성하다.
살별이 본래 양반이었다는 사실과 그가 노비가 되기까지 비극적인 가족사가 있다는 게 도입부부터 꾸준히 힌트처럼 던져진다.
살별에 집착적인 애정을 보이는 민서윤(우태하 분)의 아버지인 민 대감이 살별의 집안을 몰락시켰다는 것도, 살별이 그 집에 복수해야 한다는 것도 주요 서사다.
단지 로맨스만이었다면 중반 이후 흐름에 힘이 빠졌을 텐데 민대감이 살별의 집안을 몰락시킨 이유라던가, 그가 행했던 정치적 암투라던가 여러 요소를 보여주고 후반부에 잘 거둬들인다.
다만, '아쉬운' 점 역시 분명한 드라마였으니 보기 전에 기억해 둘 '아쉬운 포인트' 3가지도 이야기하겠다.
◆ 3가지 아쉬운 지점
첫째, 왓챠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어쩐지 '웹드라마' 혹은 '재연드라마' 퀄리티다.
조명이나 카메라 연출의 퀄리티가 기존에 아는 드라마나 영화만큼 높지 않아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다.
연기자의 경우도 연기를 괜찮게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가 봐도 어색한 사람도 있어서 '흐린 눈' 하고 봐야 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수준에서 조금 더 신경 쓴 정도로 생각하고 퀄리티 따지지 않고 가볍게 즐겨보도록.
둘째, 역사 고증이 중요한 사극 혹은 역사 러버들은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정통 사극이 아닌 만큼 다소 말이 안 될 것 같은 내용도 꽤나 많다.
역사적인 사실 관계를 따질 만한 콘텐츠는 아닌 만큼 고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드라마는 당신과 맞지 않다.
셋째, 주인공 살별이 주도적으로 하는 일이 없어서 뒤로 갈수록 흐름이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반에는 귀엽고 발랄하게 상황을 헤쳐가던 주인공 살별이 뒤로 갈수록 힘을 잃고, 가장 중요한 '절정부'에서도 그다지 하는 일이 없다.
여러 캐릭터간의 관계를 엮고, 앞서 뿌려둔 호기심 거리를 해결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캐릭터 매력이 떨어져 아쉬웠다.
뒤로 갈수록 살별이 하는 것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고뇌하기만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귀여운 맛에, 결말이 어떻게 되려나 궁금한 덕에 필자는 끝까지 보았지만 여러분의 취향이 아니라면 '중도하차'할지도 모르겠다.
기발한 설정과 흥미로운 캐릭터 관계, 그러나 아쉬운 점까지 찬찬히 소개해보았다.
필자는 끝까지 달려보았다, 라는 말로 여러분을 '왓챠'로 유혹해본다.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하여 어떻게 16부를 끌고 가는지 본다면 여러분도 언젠가 재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도! 마음이 동하였다면 지금 바로 왓챠에서 '춘정지란'을 눌러보도록.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4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3
→ 평점: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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