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OTT 시점] 세 기자의 콘텐츠 파헤치기, '씨 비스트'

기승전결의 흐름을 따라가며 살피는 작품 이모저모

편슬기, 정다은, 이지윤 승인 2022.07.25 09:00 의견 0
영화 '씨 비스트' 공식 포스터(사진=IMDB). ⓒOTT뉴스

■ 전지적 OTT 시점이란?

OTT뉴스의 기자 셋이 OTT 전문지 기자 시점으로 신작을 두고 솔직한 의견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 코너입니다. 이번 주에는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한 영화 '씨 비스트'를 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 기자 소개

이지윤 기자: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갑니다. (이하 '이')

정다은 기자: 찰나의 반짝거림에 시선을 보탭니다 (이하 '정)

편슬기 기자: 재밌는 것만 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문화 편식주의자를 지향합니다. (이하 '편')

■ 눈에 띄는 섬세한 그래픽

쓰러지고 있는 괴물로 인해 일어나는 물보라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사진=IMDB). ⓒOTT뉴스

: '모아나' 제작진이 만들었다고 해서 바다를 중점적으로 그래픽 구현이 어떤지 보려고 했어요. 확실히 바다 구현을 잘했더라고요. 달빛이 바다 위를 비추는 윤슬이나 바다 속으로 들어갔을 때의 자잘한 기포의 흐름과 같은 것들을 세심하게 잘 표현했더라고요. 너무 시원해 보였어요.

: 맞아요. 중간에 레드와 함께 주인공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잖아요. 바닥에는 인간의 잔해와 같은 것들이 부식돼있었는데 그런 장면들도 너무 잘 표현됐던 것 같아요.

: 예술 그래픽이 너무 황홀한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영화관에서 개봉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는 바다의 시원한 부분과 함께 바다의 무서움도 같이 그리잖아요. 인간은 손가락만한데 괴물들은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 압도적인 크기를 보여주면서요. OTT보다는 영화관의 큰 화면이 더 잘 어울리는 애니메이션이어서 아쉬웠어요.

: 맞아요. 그래픽도 엄청 섬세해요. 괴물들의 혀에 난 작은 돌기나 소라 껍질의 매끈한 표면과 같은 갑각류 껍질을 너무 잘 표현해서 되게 리얼하게 느껴졌어요.

■ 그저 그런 소재 속 고정관념을 깨는 캐릭터들

다양한 외형과 성별, 인종이 조화롭게 섞인 캐릭터들(사진=IMDB). ⓒOTT뉴스

: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긴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도 많았던 것 같아요. 주인공인 메이지의 경우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허당미 넘치는 제이콥보다 훨씬 더 강직한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 맞아요. 저는 처음에 어른인 남자 캐릭터가 모험심 넘치는 아이를 지켜주는 뻔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영화는 그 반대더라고요. 오히려 아이가 훨씬 더 성숙했고, 메이지가 제이콥을 구원하는 전개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유일하게 제이콥만이 메이지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도요.

: 영화 자체가 전형적인 역할을 깨트린 캐릭터들로 구성된 것 같아요. 그래픽 부분에서도 그래요. 디즈니는 남성 캐릭터는 코나 귀 같은 신체 특정 부위를 부각시키는 반면 여성 캐릭터는 획일화해서 디자인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인종 다양성을 비롯해서 캐릭터 디자인도 과도하지 않게, 특징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 '씨 비스트' 자체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잖아요. 성별과 다양한 인종을 영화 곳곳에 조화롭게 배치하면서 애니메이션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내세운 것 같아요.

: 한편으로 이런 영화를 보고 자랄 애들이 부럽기도 해요.

: 맞아요. 또 가족의 형태가 다양할 수 있다는 걸 나타내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중간에 메이지가 제이콥한테 가족이 되자고 하잖아요.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대사거든요. 그렇지만 이 대사를 일부러 넣으면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 그렇지만 소재 면에서는 어딘가 익숙한 맛이에요. 개인적으로 ‘모아나’와 ‘캐리비안의 해적’, 특히 ‘드래곤 길들이기’가 생각났어요.

: 거대한 괴물들이 우리의 적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착한 애들이었으며 재앙은 인간이 자초한 거였다. 결론은 서로가 화합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구조죠. 너무 스토리와 소재를 안전한 방향으로 선택한 게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 알록달록 화려하고 귀여운 '괴물'들

섬에서 만난 괴물, 블루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메이지(사진=IMDB). ⓒOTT뉴스

: 영화에 나오는 괴물들이 대부분 온순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특히 레드가 그래요. 묘사되는 걸 보면 세계관 최강자 느낌이던데, 초반에 나왔던 괴물이나 보라색 거대한 꽃게 괴물보다 훨씬 친근하게 생겼어요.

: 맞아요. 주인공이어서 그런걸까요?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그렇게 설정된 것 같았어요.

: 그런 의미에서 레드와 갈매기들이 왜 같이 다니는지 알려주는 장면도 좋았어요. 제이콥과 메이지가 레드의 등에 타서 섬으로 돌아갈 때 레드가 몸을 이용해서 주인공들이 낚시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잖아요. 갈매기들도 그 틈을 타서 물고기를 낚는데, 자연 속 공생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레드 외에도 블루나 바다코끼리를 닮은 노란 괴물도 귀엽게 생겼어요. 괴물들 색깔이 화려해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더라고요.

: 맞아요. 저는 특히 블루가 너무 귀여웠어요. 메이지와 함께 다니면서 뭔가 더 큰 역할을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더라고요. 메이지를 한 번 구해준 게 끝이어서, 조금 더 활용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비중없는 악역, 아쉬운 결말

캡틴 크로우는 주인공들과 날카롭게 대립할 것처럼 묘사됐으나 별다른 임팩트 없이 퇴장한다(사진=IMDB). ⓒOTT뉴스

: 영화 자체에서 이렇다 할 빌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저는 이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입체적이라는 걸 잘 보여주지만 영화적으로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져서요.

크로우 선장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저는 제이콥과 메이지가 레드와 함께 돌아가고 난 이후 주인공들이 크로우 선장과 얼마나 박터지게 싸울지 걱정이 됐어요. 왜냐하면 크로우 선장은 레드를 잡으려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마녀로 보이는 사람과 거래했잖아요. 하지만 몇 번의 칼싸움을 끝으로 크로우 선장은 힘없이 퇴장하는 캐릭터로 전락해요.

: 그러게요. 그냥 일반 독을 묻히던가. 본인의 한쪽 눈을 앗아간 상대인데 너무 쉽게 포기한 게 아닌가 싶기는 했어요.

: 사냥꾼들을 막으려고 하는 왕과 왕비의 비중도 미미해요. 특히 왕이요. 굉장히 무능해보여요. 왕비는 차라리 왕족으로서 권위적인 모습이나 자신감같은 게 엿보이는데 왕은 존재감이 하나도 없어요.

: 저는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이 모두 납득을 잘하는 것도 아쉬웠어요. 평생 괴물들을 사냥하고 다녔던 제이콥이 금방 레드와 친해지는 장면에서도 느꼈지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건 결말 부분이었어요.

마지막 부분에서 메이지가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왕실을 비난하면서 괴물들을 옹호하는 연설을 하잖아요. 근 듣는 사람들이 그 어린애의 말을 인정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더라고요.

: 저도 마지막이 너무 아쉬웠어요. 사실 어른들이라면 아는 게 더 많다보니 자기가 느끼고 살아온 경험이 훨씬 더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잖아요. 그래서 어린 아이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는다는 게 납득이 잘 안됐어요.

: 어린 아이들을 주 타겟층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결말이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메이지가 말을 엄청 당차게, 자신감있게 잘 하긴 했어요. 근데 이 몇 마디로 모든 국민들이 갑자기 왕실에 반기를 들 정도다? 저는 이걸 보면서 이 왕국은 이미 거의 멸망한 거나 다름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왕과 왕비가 모든 통솔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전제정치에서 왕권이 단단하면 이런 반역 행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 그 중간에 괴물들도 생각을 할 수 있고 마냥 인간을 잡아먹는 종족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거예요. 무너져 내리는 지붕의 잔해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손을 뻗는 레드의 모습과 같은 장면들요.

: 그쵸. 사람들은 말보다 직접 보는 걸 더 확실하게 믿는 경향이 있잖아요.

: 사실 영화가 주로 어떤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메이지의 직관적인 대사로 진행되기는 해요. 저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아이의 말로 진행되는 과정은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연설 장면만큼은 너무 아쉬웠다는 다른 기자분들 의견에 정말 동의해요.

■ 총평

이: 익숙하기 때문에 재미는 보장된다.

정: 어떤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 너머의 ‘진짜’를 본다

편: 지속 가능한 삶은 ‘공생’에서부터 시작된다.

■ OTT지수 (10점 만점)

편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8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5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3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6

→ 평점: 5.8

정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7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8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7

→ 평점: 7.4

이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7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6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7

→ 평점: 6.8

■ OTT뉴스 기자들의 추천 지수는?

OTT뉴스 기자들의 추천 지수는 모두 '추천'을 기록했다.(사진=OTT뉴스). ⓒOTT뉴스

■ 넷플릭스 '씨 비스트'

'씨 비스트'는 전설적인 바다 괴물 사냥꾼의 배에 여자아이가 몰래 숨어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 배에 탄 주인공들은 미지의 바다를 향해 대장정의 항해를 떠나는데. 이들은 어떤 역사를 쓰게 될까.

▷ 감독: 크리스 윌리엄스

▷ 각본: 크리스 윌리엄스, 넬 벤저민

▷ 출연: 칼 어번, 재리스 에인절 하터, 자레드 해리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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