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모두에겐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

넷플릭스 :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편슬기기자 승인 2022.08.24 13:11 | 최종 수정 2022.08.24 15:41 의견 0

지난주 넷플릭스를 통해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인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이 공개됐다.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그러니까 피터 파커는 전편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등장한 악당 미스테리오의 음모로 마스크 뒤의 정체가 들통나버리게 된다.

미스테리오의 거짓말에 속아 피터 파커를 적으로 돌린 시민들, 자신이 받는 고통 이전에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피터 파커가 모종의 조력자를 찾으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 구작 스파이더맨의 합류, 추억이 새록새록

구작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빌런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이번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구작 스파이더맨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을 맡았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을 맡았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물론 빌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스토리까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말인즉슨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감상에 앞서 두 개의 구작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잘 모른다면 감동과 재미가 덜하다는 얘기다.

미스테리오가 만들어 낸 혼돈을 수습하려다 더 큰 혼돈을 만들어버린 피터와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들이 빚어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고 그 과정에서 추억의 인물들과 차례차례 만나게 된다.

스파이더맨 1, 2, 3에서 빌런으로 뉴욕을 위협했던 그린 고블린, 노먼 오스본과 닥터 옥토퍼스, 오토 옥타비우스를 비롯해 샌드맨인 플린트 마코까지 모두 그립고 반가운 인물들이다.

이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2에서 빌런으로 분했던 커트 코너스 박사가 리저드맨으로, 맥스 딜런이 일렉트로 모습으로 각각 등장한다. 아쉽게도 피터의 절친 해리 오스본을 맡았던 데인 드한은 합류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똑같은 '그린 고블린'에 '오스본' 성을 가진 부자가 각각 다른 멀티버스에서 현재 뉴욕에 떨어져 서로를 마주했더라면 이 또한 큰 재미였을듯싶어 진심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각설하고, 빌런만 다섯 명인 가운데 자칫 영화가 산만하게 흘러가지 않을까란 걱정에 사로잡혔다.

2007년도에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3에선 샌드맨과 그린고블린(해리 오스본), 베놈까지 총 세 명의 빌런이 등장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영화의 흐름이 복잡하게 얽히고 러닝타임에 끼워 맞추기 위한 빠른 전개에 눈 안으로 밀려드는 과다 정보는 머리를 어지럽게 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곧 눈 녹듯 사라졌다. 빌런들을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만 등장시키면서 캐릭터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 연출은 극의 흐름을 어지럽히긴커녕 추억과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 빌런의 인권까지 챙겨주는 친절한 이웃

피터 파커를 위해 기억력 소거 마법을 사용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이번 스파이더맨 신작은 '만약'을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인간의 선함을 전제로 하는 히어로답게 스파이더맨은 살생 대신 정해진 운명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본래대로의 타임라인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인물이 된 것이다. 정말이지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다운 선택이다.

정해진 순리를 거스르려는 움직임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 다른 시리즈의 스파이더맨들이 겪었던 상실을, 피터 역시 여지없이 겪게 되지만 고난 속에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답듯 한층 성숙한 인물로 발돋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해도 굳이 이런 괴로움을 겪어야 할까라는 생각은 든다. 많은 히어로들이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친절한 이웃, 소시민의 영웅을 표방하는 스파이더맨은 유달리 어릴 때부터 많은 역경을 겪었다.

이번 시리즈에서조차 그를 피하지 못해 일부 팬들은 피터의 운명이 너무 박복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이언맨과 배트맨은 돈이라도 많지!)

■ 지워지지 않을 상흔을 보듬다

MJ를 구한 피터 파커3(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두 번째 기회는 피터 파커2(토비 맥과이어)와 피터 파커3(앤드류 가필드)에게도 주어진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피터 파커3(앤드류 가필드)은 추락하는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를 끝내 구하지 못해 품 안에서 그를 잃어야 했던 피터 파커는 자유의 여신상에서 추락하는 MJ를 피터 대신 구출해 내는 데 성공한다.

피터 파커3이 거의 오열하듯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눈물의 의미를 아는 이들은 모두 함께 울었을 것이다. 나 역시 모니터 밖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피터 파커3의 세계에서 죽은 그웬은 다시 피터 곁에 설 수 없고 끝내 그를 구하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 역시 덜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피터 파커3이 눈물을 흘렸던 것은 그 속에 "그 때 이렇게 그웬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도 분명 있겠지만 MJ의 목숨을 구했고 피터 파커1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안도감에서가 아니었을까?

다른 차원의 자신을 구했으니 어찌 보면 스스로를 구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노먼 오스본을 지키기 위해 나선 피터 파커2(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다만 피터 파커2의 서사는 다소 밍밍한 연출에 아쉬움을 남겼다. 그린 고블린(노먼 오스본)은 동정표를 사려 거짓 연기를 하며 피터 파커2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가 제 꾀에 자기가 넘어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었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서는 피터 파커1이 그린 고블린의 글라이더로 노먼을 찌르려고 하는 순간 그 앞을 피터 파커2가 막아선다.

아무런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충분한 메시지를 줬지만 결국 노먼 오스본에게 찔리면서 죄책감을 덜어냈다는 연출은 다소 애매했다.

그러나 앞선 닥터 오토 옥타비우스와 정겨운 재회는 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스파이더맨2에서 두 사람이 처음 대면했을 때 파릇파릇한 대학생이었던 피터 파커2는 "똑똑하지만 게으르다는 친구(boy)군"이라고 말한 오토 옥타비우스에게 "애쓰는 중이죠(I'm Trying do better)"라고 답했었다.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서 다 큰 성인이 된 피터 파커2에게 오토 옥타비우스는, "다 컸구나(You're all grown up) 어떻게 지내고 있니?"라고 물어온다. 피터 파커2는 여전히 "애쓰는 중이죠(Trying do better)"라고 답한다.

개인적으로 이 대답을 아주 좋아한다.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됐어도 선하고, 노력을 거듭하는 피터 파커의 변함없는 성정을 나타내는 대목이라 해석한다. 이 씬에서 마치 그리운 옛 동창을 만난 듯, 어찌나 반가운 마음이 들던지.

■ 나 자신과의 진솔한 소통, 깨알 같은 수다 모임도 '좋아요'

피터 파커1과 처음으로 대면한 장면(사진=넷플릭스). ⓒOTT뉴스


기왕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만났으니 서로에 대해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법. 호기심 왕성한 세 명의 과학도들은 뉴욕의 명운이 달린 전투를 앞두고 자신의 스파이더맨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하고 즐겁게 웃음을 터뜨린다.

첫 만남에서 '상실'에 대한 아픔을 서로 공유하고 위로하며 옳다고 생각하는 해결책을 조언해 준 나 자신과의 심리 상담이 이뤄졌다면 여기서는 한층 더 가벼운 분위기로 대화가 진행된다.

나중에 3명의 피터 파커들이 각자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로 세 시간의 러닝타임을 소화하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는 늘 선택이 낳는 결과에 후회한다.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 현실에선 지나간 선택지는 다시 고를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만약'이 존재한다면, 두 번째 기회를 상상만 해왔던 이상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면 이란 '가정'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많은 감독들이 혹평을 받았던 작품을 타임라인에서 없애기 위해 숱하게 과거로 돌아갔다. 그래서 기존 타임라인에 개입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은 참 재밌게 봤다.

구작 시리즈와 캐릭터(배우), 팬들을 향한 애정이 엿보이면서도 영화의 본래 목적인 '재미'를 잃지 않았으며 시리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계속 중심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의 흥행 공식에 따르면 3 이후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관심도도 낮아지고 재미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비로소 시작이라는 인상.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며 리뷰를 접는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4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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