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가해자다, <프레이밍 브리트니>

왓챠 익스클루시브: <프레이밍 브리트니>

김수진 승인 2022.01.21 09:52 의견 0
<프레이밍 브리트니>. 사진 왓챠

[OTT뉴스=김수진 OTT 2기 리뷰어]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를 공개했다.

이는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전 남자친구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일부 매체는 SNS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는 자기 주도적이었던 브리트니의 삶과 법정 후견인을 두게 된 상황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그 때문인지 1시간 15분의 러닝 타임 동안 '통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녀는 통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제 행동은 제가 통제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하게 사람들에게 휘둘리게 되니까요. 저는 저 다운 일을 할 뿐이에요."

◆ 이랬던 그녀는 왜 통제받아야 했을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첫 싱글 'Baby One More Time'과 함께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어른이 되고 싶지만 아직 아이였던 10대들은 브리트니의 당당한 매력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언론은 그녀에게 성적 조롱을 가하면서도 순결한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론의 성적 대상화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공개 연애와 이별을 거치며 더욱 심해진다.

그가 연인 사이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이별의 원인을 전부 브리트니의 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브리트니의 사적인 영역이 늘어날수록 가십은 더욱 커진다.

그 후 케빈 페더라인과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며 파파라치들은 온종일 그녀를 쫓았다.

대중은 그녀의 사생활이 찍힌 사진에 열광했고, 그 사진은 언론사에 비싸게 팔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돈을 벌었다.

TV 퀴즈 쇼에선 브리트니의 기행을 퀴즈로 다뤘고, 가십지에선 연일 그녀의 행보를 비난했다.

다큐멘터리 중반 인터뷰에서 파파라치들은 그들이 얼마나 브리트니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괴롭혔는지, 그 사진이 얼마나 비싸게 팔렸는지를 비열하게 웃으며 자랑한다.

여기에 남편 케빈과의 이혼과 산후 우울증 등이 겹치며 브리트니는 갑자기 머리를 밀고 문신을 하는 등 기행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가 갑자기 나타나 법정 후견인 제도를 신청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신체나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노인을 위한 제도로, 젊은 브리트니에게는 의외인 결정이었다.

이후 2008년부터 13년간 브리트니는 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에게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빼앗겨야 했다.

#FREE Britney 운동을 펼치는 팬들. 사진 왓챠 유튜브 채널 캡쳐

브리트니는 안정을 찾은 뒤 공동 후견인 지정을 요청하는 등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팬들 또한 후견인 제도 종료를 요구하는 #Free Britney(브리트니에게 자유를) 운동을 전개하며 그녀를 응원했다.

2021년 2월 뉴욕타임스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 훌루에 <프레이밍 브리트니> 다큐멘터리를 공개하며 이 문제는 한 번 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큐멘터리 이후 소식을 덧붙이자면, 다행히 브리트니는 2021년 11월 후견인 제도를 종료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다큐멘터리는 브리트니의 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가 지난 13년간 후견인 제도를 이용해 그녀의 삶을 통제했다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앞서 그녀가 왜 한때 후견인이 필요할 정도로 내몰렸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 문제에 당신은 정말 무결한가?

유명세.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탓으로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이르는 말이다.

혹자는 대중에게 사생활이 공개되거나 비난을 받는 것이 유명세, 즉 인기를 누리는 대가라 말한다.

그렇다면 대중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인가?

나는 단지 스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의 모든 사생활을 알 권리가 있는가?

파파라치에 대한 인터뷰 장면. 사진 왓챠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사생활은 말 그대로 '비싸게 팔린다.'

사람들은 파파라치의 행태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그들이 캐낸 사생활 사진이 담긴 잡지를 기꺼이 구매한다.

정보의 소비자인 우리가 정보의 판매자인 가십지와 파파라치들을 오롯이 비판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를 보면 브리트니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생활이 공유하기 시작하며 파파라치의 괴롭힘이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브리트니의 머릿속까지 알고 싶어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가 열리고, 그녀의 포스팅을 해석하는 기사와 글이 온라인에 쏟아진다.

파파라치는 약해졌을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브리트니를 소비하고 있던 셈이다.

가십의 파도에 휩쓸려 우리가 잃은 수많은 별을 떠올려 본다.

누군가를 겨냥해 악플이란 이름의 화살을 쏜 당신, 익명이란 방패 뒤에 숨어 동조한 당신, 군중 속에서 침묵한 당신과 나.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가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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