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로 무장한 <모가디슈>, 흠잡을 곳 없지만 심심하다

티빙ㆍ넷플릭스: <모가디슈>

전다윗 승인 2022.01.14 10:05 의견 0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OTT뉴스=전다윗 OTT 2기 리뷰어] <모가디슈>는 잘 만든 한국형 상업영화다.

남다른 스케일과 쟁쟁한 배우 라인업에 '남북 관계'라는 단골 소재가 버무려졌다.

실패하기 힘든 조합이다. 검증된 흥행 공식을 철저히 따랐다.

게다가 이러한 '치트키' 재료를 요리한 셰프가 류승완 감독이다.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만듦새가 정교하다.

화면, 음향, 액션, 오락성, 그리고 감동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난다.

거리를 장악한 소말리아 반군들. 사진 네이버 영화

100%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살린 현장감은 한국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가디슈>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를 촬영지로 택했다.

한국에서는 단 한 장면도 찍지 않았다.

약 4개월 동안 스태프와 배우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90년대 소말리아를 재현해 냈다.

덕분에 끈적끈적한 이국의 풍광이 화면에 생생히 담겼다.

세트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총을 든 낯선 외국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남한 대사관 관계자들(사진 좌측)과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영화

배우들의 연기도 조화롭다.

대한민국 한신성 대사(김윤석 분), 대한민국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분), 북한 림용수 대사(허준호 분), 북한 태준기 참사관(구교환 분) 등 주역들이 각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한신성, 림용수가 진중하게 극을 이끌어 간다면 강대진과 태준기는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특정 캐릭터에 비중이 몰리지 않고 고르게 분배됐다.

남북 소재 영화에 흔히 뒤따라오는 신파는 덜어내고, 영화를 싸구려로 보이게 하는 과잉된 감정을 최대한 억제했다.

슬로우모션이나 클로즈업 기법을 과하게 사용하거나, 슬픈 음악을 배경에 깔며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려 하지 않는다.

한민족임을 강조하는 무수한 대사들 대신 말없이 깻잎을 떼줬고, 숭고한 희생자를 보내줄 땐 오열 대신 짧은 한숨만 내쉬었다.

감정을 터트리기보다 담담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모가디슈>의 건조함은 한국형 신파에 질린 관객들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설 것이 분명하다.

'울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늘었다.

영화마다 답습하는 감정의 폭발에 지친 탓이다.

반대로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덜어낸 감정만큼 캐릭터의 서사가 줄었기 때문이다.

겹겹이 쌓인 서사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하고,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총탄을 뚫고 탈출을 감행하는 남, 북 대사관 관계자들. 사진 네이버 영화

흠을 꼽기 어려운 영화지만, 너무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인상이 남는다.

올 로케이션으로 살린 볼거리, 다수 포진한 유명 배우들, 그리고 남북 관계라는 익숙한 소재로 인기를 끌 법한 무난한 영화에 그쳤다.

한국영화를 즐겨본 관객이라면, 해당 키워드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전개로 흘러간다.

딱히 모나거나 빠지는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확 잡아끌지도 못한다. '심심하다'고 할까.

류승완 감독이 전작인 <군함도>의 흥행 실패를 의식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간만에 나온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즐기고 싶다면, 눈물을 쥐어 짜내려는 영화를 볼 때 피로하다면, 모래가 섞인 까끌까끌한 더운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고 싶다면 <모가디슈>는 좋은 선택지다.

예측 불가능한 영화를 원하거나, 캐릭터 간 서사에 몰입하고 싶다면 되도록 다른 영화를 택하는 걸 추천한다.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 <모가디슈>는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모가디슈> ▶ 바로가기(티빙)

https://www.tving.com/movie/player/M00036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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