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레즈비언의 유쾌한 삶, 웨이브 신작 <젠틀맨 잭>

웨이브: <젠틀맨 잭>

김새빛 승인 2021.11.30 09:08 의견 0
<젠틀맨 잭> 포스터. 사진 웨이브

[OTT뉴스=김새빛 기자] HBO와의 콘텐츠 계약을 맺은 웨이브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된 드라마 <젠틀맨 잭>으로, 1800년대 영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바탕이 된 실화는 BBC에서만 이미 네 번에 걸쳐 제작된 적이 있다고 하니 '흥행보증수표' 스토리인 셈이다.

'젠틀맨 잭'이라는 제목만 보고 한 신사의 이야기를 유추한다면 성급한 판단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8세기 영국 요크셔 지방의 여성 '앤 리스터'로, 1900년대 초 그의 일기장이 출판되면서 세상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그가 남자들보다 더 거침없는 삶을 살았던 데다가, 다름 아닌 여자들과 사랑을 나눈 기록이 낱낱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앤 리스터의 일기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HBO

◆ 앤 리스터의 비밀일기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대를 살다간 레즈비언이라니, 일기장은 존재 자체만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영국 및 미국에서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으며,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암호화 돼있어 해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드라마 <젠틀맨 잭> 전반에서도 앤의 일기장은 극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요한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앤이 고통스러워하며 일기를 쓰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회가 '여성스럽지 않은' 자신을 유별난 사람 취급했기에, 앤은 일기장에 자신의 모든 생각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앤 리스터와 앤 워커는 빠르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진 HBO

◆ 불행한 레즈비언?
아니, 유쾌한 레즈비언!

드라마는 해외를 전전하며 유랑 생활을 즐기던 앤 리스터(수랜 존스 분)가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고향 핼리팩스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재산 관리만 해놓고 다시 파리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그런 앤 리스터의 눈에 12살 연하의 상속녀, 앤 워커(소피 런들 분)가 눈에 들어온다.

앤 리스터는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작'을 부리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닥터 포스터>로 친근한 수랜 존스가 능글맞은 앤 리스터를 맡았다.

수랜 존스는 거침없고 당당하면서도 유쾌한 앤 리스터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간중간 앤이 화면을 직접 바라보며 시청자에게 농담을 건네는 연출도 주인공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젠틀맨 잭>은 동성 간의 사랑이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앤 리스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흔히 과거의 동성애를 다룬 콘텐츠들은 대다수가 '배드엔딩'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이 드라마는 사회적 시선 따위는 우습다는 듯 경쾌하게 흘러간다.

게다가 앤이 당시 여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소작농 관리일까지 하며 차별어린 시선에 '한 방' 먹이는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소작농을 관리하는 앤 리스터. 사진 IMDb

◆ 다양한 여성 캐릭터

하지만 이런 거침없는 '작업의 고수'에게도 어둠의 그늘은 있었다.

그동안 애인들에게 프로포즈를 했지만, 자신이 남자가 아니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번번이 애인들을 남자에게 빼앗겨왔던 것이다.

드라마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갈구하는 앤 리스터의 이런 아픔과 고뇌를 잘 그려,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

어린 무남독녀 상속녀로 나오는 앤 워커 역시 보통의 인물은 아니다.

앤 워커는 예민하고 병약한 인물로, 언뜻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주변 사람들도 앤을 자립할 수 없는 사람으로 프레이밍하고 과보호한다.

하지만 앤 리스터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 앤 워커 또한 자신 내면의 목소리를 꺼내게 된다.

이웃에게 둘의 애정행각을 들킨 상황에서, 당황한 앤 리스터와는 달리 앤 워커는 깔깔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가 마저 하자고 할 정도로 '똘끼'있는 면모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잘난' 친언니 앤에게 열등감을 가진 여동생 마리안, 프랑스인 하녀 외제니 등 다양한 서사를 가진 여자들의 이야기가 극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입체적인 인물 묘사가 1800년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들려준다.

더불어 차티스트 운동 등, 극 속에서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니 색다른 19세기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젠틀맨 잭>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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