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넘지 못하리 – 넷플릭스, <귀문>

넷플릭스: <귀문>

최대건 승인 2021.11.08 09:00 | 최종 수정 2021.12.05 16:37 의견 0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귀문> 메인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OTT뉴스=최대건 OTT 1기 평론가] 현대에 이르러서 공포영화가 가져야 할 덕목은 샤머니즘에 입각한 단순한 미지의 공포보다는 현실과 맞닿아있는 인지적 공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내 집, 내 가족, 내 친구 등 나와 가깝게 맞닿아있는 공간과 존재에게서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작품들이 관객에게 좀 더 강한 공포감과 소구를 불러일으킨다.

한국 공포영화의 클래식과 모던의 경계에 있는 작품 <여고괴담>의 경우,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괴담이라는 소재를 누구나 겪어봤을 공간인 학교를 배경으로 풀어내면서 전통의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한국 공포영화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다룬 <소름>, 유명한 폐병원을 다룬 <곤지암> 등 현실의 배경과 괴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플롯으로서 제작돼왔다.

영화 <귀문>은 이러한 플롯을 이어받은 작품 선상에 있다.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귀문을 여는 도진(김강우 분). 사진 네이버 영화

폐 수련원을 철거하던 중 우연히 시신이 발견되고, 원혼을 달래기 위해 씻김굿을 하던 한 무당이 자결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 무당은 사실 유명한 심령연구소 소장인 서도진(김강우 분)의 모친으로, 도진은 어머니를 자결하게 만든 존재와 맞서기 위해 4년이 흘러 다시 폐 수련원을 찾는다.

폐 수련원을 찾은 도진은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일명 '귀문'을 열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폐 수련원의 저주를 풀고 어머니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도진은 과거 폐 수련원을 배경으로 한 괴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찾아왔다가 실종된 대학생 3인방과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에게 쫓기며 정신없이 도망치다 우연히 시공간을 넘어온 도진과 조우하게 되고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도진은 자신이 대학생들이 실종된 과거로 온 것임을 직감하게 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지만, 점점 자신이 생각했던 인물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결국, 대학생들에게 일어난 실종 사건이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 의해 계획된 범행이라는 진실을 마주한 순간 도진은 죽은 자는 나갈 수 없다는 귀문 안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도진의 연락을 받았던 여동생이 폐 수련원으로 오빠를 찾아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폐 수련원에서 탈출하려는 혜영(김소혜 분), 도진(김강우 분), 태훈(이정형 분). 네이버 영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폐 수련원이 가진 건물의 을씨년스러움을 잘 살렸지만, 상당히 혼란스러운 전개로 흘러간다.

이러한 전개가 펼쳐지는 이유로는 초반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화의 플롯을 앞 시점과 뒤 시점이 반복되고 이어지는 도치식 구조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러한 도치식 구조를 잘 표현하면 관객에게 엔딩에 이르러서는 이야기의 실타래가 한 번에 풀리면서 시원함과 반전을 선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플롯이 중간에 꼬여버리면 그야말로 혼돈만을 남기게 된다.

영화는 안타깝게도 전자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후자의 혼란만이 남은 아쉬운 케이스가 되어버렸다.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적인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다소 부족하게 풀어내면서 관객은 인물들의 행동과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게 되고, 결국 이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으로 작동하는 법이다.

전반적인 관객의 평들이 '기대 이하'라거나 '올드 스쿨'의 진부함 등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평소 폐가나 괴담 혹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공포영화를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실험적인 부분을 감안해서 관람한다면 추천을, 자극적인 비주얼과 좀 더 호쾌한 액션 전개가 가미된 공포 영화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천한다.

<귀문> ▶ 바로가기(넷플릭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