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선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8일, 정조 19년

티빙ㆍ왓챠 : <의궤, 8일간의 축제>

황세림 승인 2021.10.26 15:45 | 최종 수정 2022.05.23 14:12 의견 0
축제 첫날 화성으로 행차하려는 정조의 뒷모습. 사진 네이버 영화 포토

[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드라마 이산ㆍ바람의 화원, 영화 사도ㆍ역린 등, 정조는 현대 미디어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인물이다.

훌륭한 왕이었던 것도 있지만, 아들을 죽인 왕 '영조'와 죽은 아버지 대신 왕위를 이어받은 '정조'의 인물 서사는 역사 속 다양한 인물 중 더욱 존재감이 드러나게 만든다.

이번 <의궤, 8일간의 축제>는 기록된 역사를 배경으로 8일간의 축제를 복원하고 이를 추진한 정조의 내면과 축제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왼쪽부터 영화 <사도>, <역린>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포토

1795년 정조, 조선 역사상 가장 화려한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8일 동안 계속되었고 8권의 책에 빠짐없이 기록되었다.

바로 '원행을묘정리의궤'이다.

오늘 가져온 작품 <의궤, 8일간의 축제>는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내용을 토대로 백 년 전의 축제를 그대로 복원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1795년의 저잣거리를 배경으로 다큐멘터리보다는 역사 영화처럼 작품이 시작된다.

8일간 열린 축제의 이름은 行幸(행행)으로 '행복한 국왕의 행차'라는 의미이다.

조선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축제인 만큼 예산 또한 굉장했는데 10만 냥, 현재로는 7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중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준비한 행차가마는 2억 원이 들었으며 당시 가마의 모양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현재도 그대로 복원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2년의 노력 끝에 '8일간의 축제'를 3D입체영상으로 복원했다.

전문가들의 고증을 통해 금속활자부터 36척의 배로 만든 거대한 배다리, 무희들의 의상, 잔치에 쓰인 음식에 이르기까지 의궤에 실린 이야기를 영상으로 복원해냈다.

1시간 15분의 러닝타임 동안 8권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내용을 문자와 문양 그대로 옮겼을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상황과 해석까지 훌륭히 담아낸다.

배로 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행렬. 사진 네이버 영화 포토

<의궤, 8일간의 축제>에서 주의 깊게 볼만한 내용을 정리해봤다.

◆ 다양한 연출로 지루하지 않은 다큐멘터리

개인적으로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흥미롭게 보는 편이지만, 어떤 이들은 다큐멘터리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이번에 리뷰하는 <의궤, 8일간의 축제>는 근래에 본 다큐멘터리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

단순히 내용이 흥미롭다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지루함에 굉장히 공들인 느낌이랄까.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처럼 내레이션과 전문가 인터뷰로 진행되는 구조가 아니라, 중간중간 역사 영화처럼 1795년의 배경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배우들의 연기로 설명을 대체한다.

의궤에 담긴 그림을 3D로 영상에 배치하고, CG 처리 또한 깔끔하게 담겨있어 'EBS와 서프라이즈가 합쳐진, 여기에 고급스러움을 곁들인'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할 수 있다.

◆ 역사적 배경과 해석

사도세자의 죽음 뒤로 사도세자를 감시하던 눈은 정조에게로 돌아가고 죄인의 아들로 14년을 살아온 어느 날 22대 조선의 왕으로 즉위한다.

정조는 즉위식에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보이지 않는 적과의 혈투가 시작됐다.

정조는 즉위한 지 1년 만에 7번의 암살 시도를 겪었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겉으로는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 잔치를 위한 행차였지만 단순한 회갑 잔치로 보기엔 너무나 큰 규모였다.

서울을 지키는 병사의 절반이 행렬에 투입되었고, 목적지인 수원화성에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축제에 정조의 정치적 계산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조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은 행차 중 비가 내리자 과거 '임오화변(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을 떠올리며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지 8일 만에 숨을 거둔 이야기를 전한다.

아버지의 무덤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건설된 수원화성은 서양과 동양의 건축기술을 모두 이용한 첨단 요새였다.

정조가 수원화성에 도착하며 행차의 이면에 숨겨진 의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화성에 도착한 정조는 혜경궁 홍씨와 함께 사도세자의 묘에서 참배를 진행하고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막강한 군사를 등에 업고 정조를 위협해온 신하들은 군사훈련이 시작되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화성 인구의 절반이 정조가 조직한 군사조직 장용영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자신이 가진 군사력을 보여주고 국왕의 권위를 다잡기 위한 정치적 수이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33년 치의 설움이었다.

축제 이후 정조는 의궤 역사상 최초로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내용을 그림은 목판으로 글은 금속활자로 제작하여 온 백성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금속활자로 제작되는 '원행을묘정리의궤'. 사진 네이버 영화 포토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를 보고 정조가 등장한 작품을 본다면 그의 인물 서사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올 것이다.

되찾은 권력은 백성에게 돌려주며 나라의 주인이 백성임을 알린 8일간의 축제는 정조에게는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는 시작점이자 종착점이었을 것이다.

11월 5일 MBC에서 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방영될 예정이다.

과거 <이산>으로 굉장한 시청률을 거둔 MBC가 다시금 쾌거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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