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북한판 <트루먼 쇼>가 될 뻔 했던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국내 OTT 티빙과 왓챠에서 공개

김새빛 승인 2021.10.11 13:55 | 최종 수정 2022.05.28 12:53 의견 0
<태양 아래>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김새빛 기자] 가장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나라 북한. 동시에 가장 비밀스러운 나라기도 하다.

그 곳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가끔씩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장면으로만 접할 수 있는 그 곳,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폐쇄된 이 나라가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진짜 북한의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최근 OTT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태양 아래>는 제 12회 유라시아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을, 제 40회 홍콩 국제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경쟁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다큐멘터리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진미'라는 8살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진미가 소년단에 입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에 대한 설명이 중간중간 나온다. 사진 유튜브 캡처

◆ 영화가 될 뻔 했던 다큐멘터리

원래 이 다큐멘터리는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평양 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의도로 기획됐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북한 정부는 과도하게 개입을 했고, 결국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다큐멘터리 자체의 방향을 전면 수정해 이같은 실상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되었다.

진미는 감독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아빠는 기자, 엄마는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지만,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아빠와 엄마의 직업은 봉제공장 기술자와 두유공장 노동자로 바뀌어 있었다.

또한 진미의 집은 새로 지은 아파트로 바뀌어 있었고, 부엌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상이 있었지만 집에 사람이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태양 아래>를 보면 '컷'을 들어가기 전, 후의 장면까지 모두 보여준다.

버스를 타는 승객들은 대본을 보며 연기하고, 촬영의 앞 뒤에 북한 당국의 경호원들이 나와서 대사를 지시하는 장면이 모두 공개된다.

감독은 이처럼 허가받은 촬영의 앞뒤를 모두 몰래 녹화하고, 북한의 검열용으로 제출할 때는 북한 당국의 입맛에만 맞는 장면들을 제출했기에 이같은 녹화본을 반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년단 입단 선서를 외우는 진미. 사진 유튜브 캡처

◆ 숨길 수 없는 진실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한다. 우리나라는 태양이 제일 먼저 솟아오르는 지구의 동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나라라고"

다큐멘터리는 또박또박 발음하는 진미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진미는 학교에선 김일성 대원수님의 일대기를 배우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행사 공연을 위해 방긋방긋 웃으며 무용을 준비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졸음을 참으려 하품하는 아이들을 비추고, 힘든 무용에 눈물 훔치는 진미를 비춘다.

마지막, 소년단에서 무얼 기대하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진미는 '경애하는 대원수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운다'고 말하고는 눈물을 보인다.

그 후, "좋은 것, 기뻤던 일을 떠올려보라"고 하니 말이 없는 진미.

"시 같은 것이라도 떠올려보라"고 요청하니 '나는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세워주시고'로 시작하는 소년단 입단 선서를 외우는 진미를 비추며 영상은 끝난다.

동상 앞에 꽃을 바치는 진미. 사진 유튜브 캡처

◆ 북한판 <트루먼쇼>

다큐멘터리는 중간중간 북한의 수도, 평양의 풍경을 풀샷으로 비춘다.

김정일의 모습이 거대하게 그려진 지하철 역사와 학교, 옥상에 '일심 단결',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가 적혀 있는 건물들.

이런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평양이 마치 하나의 잘 정돈된, 거대한 세트장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모두 가짜였던 영화 <트루먼 쇼>가 생각나기도 한다.

진미가 보는 태양은 트루먼이 매일 세트장 안에서 보던 태양과 무엇이 다를까.

그 태양 아래 진미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삶을 살아갈까.

트루먼은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 결국 안전한 세트장을 박차고 나갔다.

진미가 찾을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태양 아래'라는 제목이 이 다큐멘터리의 여운을 더욱 길게 남긴다.

이 다큐멘터리가 무사히 개봉했음이 신기하고,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북한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가 궁금하다면 왓챠와 티빙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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