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원나블'을 뛰어넘는 일본 애니 화제작,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최대건 승인 2021.10.10 08:00 | 최종 수정 2022.05.28 12:50 의견 0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포스터. 사진 왓챠

[OTT뉴스=최대건 OTT 1기 리뷰어] 현 '월드 와이드 콘텐츠' 시장에서 드라마와 영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코어 리더'는 단연 한국일 것이다.

전 세계적인 흥행 스코어를 기록 중인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 버전 <기생충>이라 불리며 연일 화제성을 입증 중이다.

이러한 한국 콘텐츠 시장도 따라잡기 힘든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이다.

<원피스>ㆍ<나루토>ㆍ<블리치>, 일명 '원나블'로 대표되는 21세기 애니메이션 3대장을 필두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은 신작 발표 시마다 세계적인 화제와 흥행을 불러일으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 2001년 개봉 후 일본 내 역대 영화 흥행수입에서 1위 및 일본 애니메이션 글로벌 흥행 스코어 1위를 기록 중이었다.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이 스코어를 20여 년 만에 갱신한 작품이 올해 상반기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소토자키 하루오 감독이 연출을 맡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도 믿기지 않는 스코어로 흥행몰이를 한 후 한국에서도 극장 관객 215만 명을 기록, 10월 현재 넷플릭스와 왓챠 두 곳의 OTT에서 공개와 동시에 영화 순위 1위에 오르며 그 열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체 작품이 지닌 매력이 무엇이기에 공개 시마다 화제를 불러오고 더 큰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지 3가지 포인트로 짚어보았다.

(시계방향으로) 혈귀와 싸우는 탄지로, 네츠코, 젠이츠, 이노스케. 사진 네이버 영화

◆ 정통 '왕도물'의 적자, 잘 벼려진 명검

앞서 언급한 <원피스>ㆍ<나루토>ㆍ<블리치>, 세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왕도물이라는 점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소년만화'로 불리기도 한다.

원나블 이전 <슬램덩크>, <드래곤볼>로 대표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장르이다.

미숙하지만 잠재력을 지닌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를 거쳐 절대적 존재에 맞서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다양한 동료들과 더불어 성장해 나간다.

<귀멸의 칼날>은 이러한 왕도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작품의 주인공 탄지로(성우 하나에 나츠키 분)는 산속 오두막에 살며 남동생 셋과 여동생 둘에 홀어머니를 모시는 실질적인 가장으로, 나무를 베는 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넉넉잖은 형편에도 우애와 효심이 깊은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탄지로가 나무를 팔러 마을로 내려간 사이 '혈귀'에게 습격을 받고, 여동생 네츠코(성우 키토 아카리 분)를 제외한 남은 가족들이 모두 살해당한다.

겨우 살아남은 네츠코마저 혈귀에 물려 같은 혈귀로 변하고, 탄지로는 네츠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힘겨운 여정에 오른다.

그러던 중 혈귀와 대적하는 검사들로 이루어진 일명 '귀살대'라는 집단에 들어가 젠이츠(성우 시모노 히로 분)와 이노스케(성우 마츠오카 요시츠구 분)를 동료로 맞이하게 된다.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귀멸의 칼날> TV 애니메이션 1기에서 바로 이어지는 시점을 담고 있으며, 귀살대의 지령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무한열차에 탑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임무란 귀살대를 이끄는 리더들, 일명 '주(기둥)'들 중 한 명인 염주 렌고쿠 쿄쥬로(성우 히노 사토시 분)와 만나 무한열차 안에서 귀살대원들이 실종되는 이유를 찾아 막아내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엔무(성우 히라카와 다이스케 분)와 아카자(성우 이시다 아키라 분)라는 두 명의 혈귀와 혈투를 벌여 탑승객들을 구해내는 과정을 다룬다.

단순한 기승전결의 이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후반부로 갈수록 명징해진다.

영화 초반~중반까지 엔무를 상대로 한 다인원 열차 액션신을 거치며 기대감을 쌓아 올리고, 아카자와 쿄쥬로의 1대1 액션신에서 클라이맥스를 완성해낸다.

특히, 영화의 백미인 아카자와 쿄쥬로의 대결은 가히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결투 장면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이다.

이렇게 영화는 재패니메이션의 정통 DNA를 물려받아 그야말로 뜨겁게 불태워서 벼려낸 '명검'을 완성했다.

혈투를 펼치는 아카자와 쿄주로. 사진 왓챠

◆ 2D와 3D를 오가는 작화와 촬영, 영혼을 갈아 넣다

1988년 제작된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영화 <아키라>는 일본 '버블 경제' 시절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불린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계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러 의미로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이후 <카우보이 비밥>과 같은 SF 장르 작품들이 당대 최고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며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남았다.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제작사 ufotable은 현재 작화와 촬영에서 최고 수준의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작화를 담당하고, 뛰어난 역량의 촬영 감독 및 제작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알려져 있다.

2D 선화 바탕에 3D 모델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객과 팬들의 극찬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던 액션신을 최고 수준으로 완성해 제작사와 작품 모두를 최고의 반열로 올려낸 이면에는, 영혼을 갈아 넣은 장인 정신이 있었다.

무한열차를 조종하는 엔무. 사진 네이버 영화

◆ 뻔한 클리셰?, 착한 캐릭터에 그렇지 못한 수위

주인공 탄지로는 '명경지수' 같은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작중 엔무의 계략으로 혈귀의 하수인들이 꿈속에 들어가 본 탄지로의 마음속은 맑은 호수와 같이 넓고 깊으며,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풍경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혈귀의 머리를 거침없이 베는 단호한 모습도 지니고 있다.

이것은 혈귀는 인간을 잡아먹고, 귀살대는 인간을 지켜야 하는 관계에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작품의 수위는 꽤 높으며 연출 또한 양단을 오간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적인 연출을 바탕으로, 혈귀와 전투 시 하드한 연출이 주를 이룬다.

이는 혈귀라는 존재가 인간의 한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또한 작품의 인물체는 평상시 귀엽고 미려하게 표현된 반면, 액션신에서는 각지고 날카롭게 변한다.

주제의식 또한 묵직하다.

인간 한명 한명은 혈귀에 비해 한없이 나약하지만, 의지의 계승ㆍ연대를 통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는 현실의 고난과 맞물려 관객에게 어떤 울림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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