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같은 알 수 없는 매력의 그녀, <찬실이는 복도 많지>

넷플릭스ㆍ카카오페이지ㆍ티빙ㆍ웨이브ㆍ시즌 :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박시원 승인 2021.07.26 07:16 | 최종 수정 2021.07.29 15:31 의견 0
<찬실이는 복도 많지> 공식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박시원 OTT 1기 리뷰어] 감독은 왜 영화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새해 첫날부터 누군가에게 빌어주는 '복(福)'. 그 중에서도 제일가는 복은 무엇일까.

일을 함께하던 동료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혹은 된 것 같은)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은 막막한 현실 앞에 절망하는 듯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본 영화의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까지 한 감독 김초희는 왜 '복이 많다'라고 했을까.

함께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김영과 찬실. 사진 다음 영화


▶ 일 복

어제와 달리 오늘 아침 실업자가 된다면 덤덤하게 반응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찬실은 절망하기보단 친구 소피(윤승아)의 가사도우미를 자처한다.

찬실이 먼저 원해서 물었지만 기막힌 타이밍에 관둔 전 가사도우미, 이것이 과연 그저 우연일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남들은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이 얻어낸다.

▶ 먹을 복

영화 내내 굶고 다니는 찬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당장 하던 일을 멈추게 되었을 때 누구나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어떻게 밥 벌어 먹고살지' 일 텐데, 소개로 들어가게 된 하숙집에서 주인 할머니(윤여정)는 착실히도 찬실의 끼니를 챙긴다.

▶ 인복

영화 초반엔 찬실이 인복이 있다고 말하기 애매하게 느껴진다.

독립 영화기 때문일까 혹은 그저 각본상의 연출일까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등장인물이 꽤 국한되어 있다.

그런데 전혀 단조롭지 않다. 그리고 찬실 주위의 모두가 그녀에게 온전히 호의적이다.

살면서 나에게 100% 호의적인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찬실은 그런 사람을 주변에 소피, 김영(배유람), 할머니, 그 외에도 간혹 등장하는 후배들까지, 못해도 다섯 명은 가지고 있다.

영화 말미에서야 그것이 진짜 찬실의 복이라면 복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에 들어오는 찬실을 놀리는 장국영. 사진 다음 영화


극 중 중요한 순간마다 찬실과 대화를 나누는 장국영(김영민)은 그녀의 영화를 향한 순수한 애정과 불같은 열정을 의인화 한 인물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더욱 훌륭하게 만든 요소라고 감히 말하겠다.

중간중간 민소매만 입고 귀신처럼 쓱 지나치는 장국영을 보며 웃음이 터지기도 잠시, 그와 찬실의 속 깊은 대화는 그녀의 느리지만 알맞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방'이란 장소와 '인물' 장국영을 통해 시각화해서 보는 듯 그려진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찬실에게 영화를 꿈꾸게 했던 장국영과 '삶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대화를 나누는 부분은 마치 보는 내가 꿈을 잃은 듯 허망하기까지 하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비로소 꿈과 자신을 일원화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둔 채 '나'로 살아가면서 '꿈'을 꾸는 방법을 깨달은 찬실이 장국영에게, 마음속 자기 자신에게 건넨 말.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달리는 열차의 창에 표현되는 화면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나지만, 이를 끝까지 지켜보다 자리를 뜨는 장국영을 포함하는 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앞선 모든 장면들의 의미를 더 알아가고 싶게 만든다.

당찬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찬실. 사진 다음 영화


영화 말미와 글을 마무리하는 이쯤이면 찬실이 복덩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평범한 듯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평양냉면 같은 찬실과,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넷플릭스, 카카오페이지, 티빙, 웨이브 그리고 시즌에서 구매하여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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