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랑스러운 좀비물이 또 있을까? 왓챠, <리틀 몬스터>

왓챠, <리틀 몬스터>

강지우 승인 2021.06.24 10:2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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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몬스터>포스터. 사진 구글 common sense media


[OTT뉴스=강지우 OTT 1기 리뷰어] <새벽의 저주>, <나는 전설이다>, <28일 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월드워Z>, <워킹데드> 등.......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제목들이다.

대표작을 꼽기에도 많은데, '좀비'라고 검색하기만 해도 너무나 많은 좀비물이 뜬다.

대놓고 B급인 좀비 영화투성이에다, 줄거리를 훑어보면 기존에 봤던 좀비물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영화도 많다.

이미 나올 대로 나와서 새롭지 않은 전개여도, 클리셰 투성이의 좀비물이어도 재미만 있으면 그만 아닐까.

좀비물의 매력은 알고도 놀란다는 점과 '사망 플래그(일본의 소설, 비디오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용어. '복선' 등을 의미)'를 예측하는 재미니까.

◆ 사랑스러운(?) 힐링 좀비 코미디 <리틀 몬스터>

사랑스러움과 좀비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지만, 이 영화를 표현하는 단어로는 적격이다.

좀비 사태 속에서 아이들이 동심을 잃지 않도록, '이건 그냥 게임일 뿐'임을 믿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딘가 영화<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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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떼에게 둘러싸인 캐롤라인(루피타 뇽오 역). 사진 구글 뉴욕타임즈 기사


<리틀 몬스터>는 호주의 감독 '아베 포사이드'가 제작한 영화로,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노예 12>, <스타워즈>, <블랙 팬서> 등 유명 작품에 출연, 조던 필 감독(한국에서는 '조동필'로 유명하다)의 <어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루피타 뇽오'가 아이들을 지키는 선생님 역을 맡아 영화가 더욱 빛을 발한다.

아이들에게는 우쿨렐레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들려주는 한없이 좋은 선생님이지만, 누군가 아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삽으로 좀비를 때려잡을 때는 <어스>에서의 섬뜩한 모습이 잠깐씩 엿보이기도 한다.

좀비가 창궐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숨보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더 노력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선생님, '루피타 뇽오'의 고군분투를 함께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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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소리치는 테디 맥기글(조시 게드 역)을 진정시키는 캐롤라인(루피타 뇽오 역). 사진 구글 Screen Daily


영화는 해체한 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알렉산더 잉글랜드 역)가 어린 조카 펠릭스(디젤 라 또라카 역)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다가 담임 선생님 캐롤라인(루피타 뇽오 역)에게 반하게 되면서 전개된다.

데이비드는 캐롤라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유치원 현장 학습 보조 교사를 자처하게 되고, 현장 학습으로 가게 된 농장에 갑자기 좀비들이 습격하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또 한 명의 인물이 더 있다. 좀비물의 클리셰라면 역시 이기적이고 비협조적인 인물이 아니겠는가.

어린이들의 우주대스타 테디 맥기글(조시 게드 역)이 바로 이 포지션이다.

어린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린이들 덕분에 먹고 사는 '맥기글'은 실제로는 어린이 팬들의 엄마들과 자고다니는 추잡한 인간이다.

자신만 살겠다고 유치원생 어린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건물을 막는가 하면, 무서움을 달래려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캐롤라인의 참교육으로 조용해진다.)

초반에 찌질하고 한심한 모습을 보였던 데이비드도 이 맥기글에 비하면 젠틀해 보일 정도이다.

◆ 좀비보다도 더 눈여겨 봐야 할 세 가지 관전 포인트

이 영화의 재밌는 관전 포인트는 의외로 '좀비 VS 주인공들' 보다도 찌질남 데이비드와 귀여운 조카 펠릭스의 캐미이다.

두 사람의 완벽한 티키타카가 보는 내내 소소한 웃음을 짓게 한다.

두 사람의 캐미가 폭발하는 이유는 데이비드의 철없음과 5살짜리 펠릭스의 어른스러움이 밸런스가 잘 맞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치원생 만큼이나 철없는 데이비드가 학부모들조차 작업 걸게 만드는 캐롤라인의 마음을 과연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냐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좀비로 변하는 과정이나 좀비 분장이 <워킹데드> 못지 않을 정도여서 '좀비물'이라는 타이틀을 걸기에도 손색이 없다.

여기저기 낭자한 내장들은 물론이고, 농장의 고슴도치를 잡아 먹고 입에 가시가 박힌 '고어'한 좀비도 등장한다.

이렇게 징그러운 좀비들도 '이것'만 하면 온순해지는데, '이것'이 무엇인지를 유추하면서 보는 것이 마지막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이 무언인지는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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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몬스터>의 두 주인공 데이비드와 캐롤라인이 안도하는 모습. 사진 구글 We Live Entertainment


<리틀 몬스터>의 좀비는 마구 뛰어다니는 넷플릭스 시리즈<킹덤>의 좀비나 <부산행>의 좀비에 비하면 느릿느릿 하품이 나올 수준이지만, 이렇게 허술한 좀비 덕분에 어린이들과 주인공의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사소한 허술함은 눈감아 주고 싶다.

포스가 함께하는 꼬마 다스 베이더가 좀비를 퇴치하는 모습이 보고싶다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루피타 뇽오가 샛노란 원피스를 입고 좀비를 때려잡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아이들 따위는 관심도 없는 추잡한 어린이TV 진행자의 말로가 궁금하다면 왓챠플레이의 <리틀 몬스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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